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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2001), 조엘 코엔 감독

by ※┌㉦ⓘ mylifeis 2021.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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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 크레인은 별로 말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의 부인 도리스는 그를 처음 만났을 때 말이 없는 점이 마음에 든다고 하였습니다. 말이 없다는 것은 마음이 부족하다는 것일까요, 생각이 없다는 것일까요, 할 말이 없다는 것일까요, 세상과 말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일까요, 아니면 자신의 마음이나 생각을 드러내는 것이 싫거나 자신에게 이로울 것이 없다고 생각해서일까요.

 

(스포일러 있음)

 

프랜시스 맥도먼드(도리스 역), 빌리 밥 손튼(에드 역), 제임스 갠돌피니(빅 데이브 역)

 

에드(빌리 밥 손튼)는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느릿하고 줄담배를 피고, 무던한 사람으로 보일 것입니다. 에드에게 특별히 관심이 있어서 그의 속을 알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면 그가 누구인지 궁금해하지도 않을 것이며, 그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에 대해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의심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서 에드에 대해 에드 주변의 누구도 특별히 관심을 갖거나 그를 조금이라고 알고 있다고 느껴지는 인물은 없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에드는 자신과 부인 도리스가 서로에 대해 잘 안다고 하였지만 과연 그럴까요..

도리스(프랜시스 맥도먼드)는 왜 에드와 결혼했을까요, 에드를 사랑했을까요,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적어도 자신에게 변덕스럽거나 다혈질로 요란하게 굴면서 해코지 하진 않을 사람이라고 생각해서였을까요..

 

영화 자체가 도미노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나비효과로 태풍이 불거나, 작은 균열 하나가 커다란 유리문 혹은 건물 하나를 무너뜨리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에드는 너드링어 백화점에서 회계일을 하고 있는 아내 도리스와 그 백화점의 사장 빅 데이브(제임스 갠돌피니)가 내연관계임을 감지합니다. 부인에게 따지고 이혼을 하거나 빅 데이브를 혼내지 않고 에드는 모른척합니다. 그리고 빅 데이브에게 만 달러를 요구하는 협박편지를 낯선 사람처럼 보냅니다.

 

 

만 달러를 요구하는 이 한 통의 편지가 얼마나 많은 파장, 회오리를 일으키는지 볼 수 있었습니다.

에드는 이발사로 생활하지만 자신의 직업을, 자신의 정체성을 이발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에드가 마치 자기 인생을 티브이나 스크린에서 나오는 집중 안되게 흘러가는 화면을 담배를 피우면서 무심히 보는 것처럼, 자기 인생을 구경꾼처럼 보는 듯이 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에드는 말이 없고, 느릿하고 감정도 무덤덤하고 별로 없어 보입니다. 에드는 저 깊은 곳의 감정이 느껴질 만큼 자신의 감정이 수면 위로 올라오기까지 많은 시간과 경험이 필요한 사람 같습니다.

죽음의 위기에서, 그리고 죽어가면서 그제야 아내 도리스에게 무언가 할 말이 있고, 해주고 싶은 말이 생긴 듯이 보였습니다.

 

아내 도리스는 자신의 회계일에 자부심이 있었고, 만 달러 협박사건이 아니었다면 너드링어 별관의 책임자가 되는 것을 많이 기대하고 꿈꾸었던 것 같습니다.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가고 싶어 했다고 봅니다.

도리스는 무료하고 있는 듯 없는 듯 투명인간 같은 에드와 사는 것이 지쳤을까요. 이발사로 계속 있는 에드가 불만족스러웠을까요.

 

 

영화 후반부 과거씬에서 나온 장면입니다. 집 앞에서 가정용 아스팔트 영업사원이 계속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도리스 자신처럼 냉혹하게 쫓아내지 않는 에드가 못마땅했을까요.

에드는 드라이클리닝 영업사원의 말을 들었던 것처럼 평소에도 그런 영업에 혹하는 사람이었을까요?. 도리스처럼 인신공격적으로 하지 않았을 뿐이지 에드도 충분히 자신의 거절 의사를 표현했습니다.

어쩌면 에드와 도리스도 그저 오랜 시간을 함께한 부부로서의 권태, 무료함, 상대방에 대한 불만족, 과장된 비하가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도리스는 자신을 2차 대전의 전쟁영웅처럼 매번 떠벌리는 백화점 사장 빅 데이브와 사귀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폭력범죄가 반복되어 있던(자제력에 문제가 있는 사람인 겁니다. 그래서 드라이클리닝 영업사원을 살해하기까지 한 것입니다. 에드가 없어진 드라이클리닝 영업사원을 사기꾼으로 알았지만, 사실 그가 사기꾼이 아니었을 수 있습니다.) 사무직에만 근무하던 해군이었습니다. 그가 평소에 떠들던 것처럼 실전에 참전하여 격투를 하고 전투를 벌이진 않았던 것입니다.

도리스는 빅 데이브와의 사이에서 임신 중이었습니다. 도리스가 스스로 세상을 떠난 뒤에 검시관이 에드에게 말해주었습니다.

 

빅 데이브는 전쟁영웅도 아니고, 백화점도 사실은 부인 집안의 것이었습니다. 그는 협박편지를 받고 어쩔 줄 몰라 걱정하면서 에드에게 울면서 말하였습니다. 사실은 비겁하고 자신감 없는 비루한 인간일 뿐입니다. 에드가 자신에게 협박편지를 보낸 사실을 알자 에드를 죽이려고 했습니다. 드라이클리닝 영업사원도 때려죽이고, 에드도 죽이려고 했습니다. 비겁하면서 폭력성향이 강하고 자기 조절력이 많이 떨어지는 자입니다.

 

빅 데이브의 부인 앤(캐서린 보로위츠)은 에드에게 찾아와서 자기 부부가 우주선을 보았고 빅 데이브는 유에프오에 잠시 납치되었다가 풀려났으며, 이 사실을 발설하지 않겠다고 정부에서 주는 문서에 싸인을 했다고 하였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로 많은 것이 변하였고 안 좋은 일들이 생긴다고 하였습니다. 그 이후로 남편 빅 데이브가 자신과 잠자리를 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에드는 그런 앤을 미친 사람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어느 날 잡지에서 드라이클리닝 사업과 유에프오에 대한 글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마지막으로 전기의자 사형대로 가기 전에 유에프오를 보았습니다.

 

 

에드는 빅 데이브가 자신을 죽일뻔하기 직전에 빅 데이브를 죽였습니다. 정당방위로도 볼 수 있습니다.

(그 이후 차를 타고 가며 거리의 사람들을 에디가 바라보며 했던 내레이션들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살인을 저지른 후 인류에게서 격리되고 분리되었다고 느낀 라스콜리니코프.)

도리스는 빅 데이브를 죽였다는 누명을 쓰다가 자살했고, 빅 데이브는 자신에게 협박편지를 보낸 에드를 죽이려다 죽었습니다.

 

드라이클리닝 영업사원 크레이튼 톨리버(존 폴리토)은 빅 데이브와 에드에게 영업 제안을 했었고 협박편지를 썼다는 누명을 쓰고 빅 데이브에 의해 죽었습니다. 에드는 나중에 드라이클리닝 영업사원의 시체와 계약서가 발견되고, 그를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사형을 당했습니다.

 

도리스의 남동생 프랭크(마이클 바다루코)는 이발사의 직업에 만족스러워했습니다. 수십 년 된 빚 없이 물려받은 알짜배기 이발관을 자랑스러워했습니다. 도리스에게 변호사를 고용해주기 위해서 이발관을 은행 담보로 잡혔습니다. 은행에 대출을 받으러 갔을 때 처남은 말과 달리 긴장하고 주눅이 들었습니다. 큰돈을 대출받았지만 누나 도리스가 재판을 받기도 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항상 손님에게 쉴 새 없이 말을 하던 처남은 폐인처럼 일도 안 하고 다른 사람처럼 되었습니다.

언젠가 도리스는 남편 에드와 자신의 가족잔치에 가는 길이었습니다. 도리스는 가족들의 만남을 싫어합니다. 자신은 이탈리아 사람들이 싫다고 말합니다. 그들 사이에서 자란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모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도리스의 변호사를 구하기 위해 찾아갔던 동네 지인이자 변호사인 월터(리차드 젠킨스)는 리든 슈나이더(토니 샬호브)라는 변호사를 최고라고 추천합니다. (그는 불확정성의 원리, 아인슈타인, 관찰할수록 진실은 더 멀어진다, 관찰하는 행위 자체가 현상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에드는 처음으로 어떤 피아노 소리, 그리고 그 피아노를 연주하는 사람에게 감동을 받습니다. 월터의 딸 레이철(버디)입니다.

 

타이밍이라는 것, 무감각해 보이는 에드일지라도 그 자신이 말했던 거처럼 부인의 외도에 상처 받았고, 누군가를 협박했고, 큰돈을 사기당했던 위기의 순간들에 베토벤의 음악을 연주하는 피아노 소리가 위로가 되었던 것입니다.

위로와 도피와 평화..

그 감동과 고마움이 버디에게 더 특별한 감정을 갖게 했을 것 같습니다. 특별한 감정에 연인 같은 감정만을 떠올리는 것은 상상력의 부재이고 인간에 대한 폄하입니다.

 

에드(빌리 밥 손튼), 버디(스칼렛 요한슨)

 

에드는 버디의 재능을 귀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버디 또한 귀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버디가 재능을 키우고 펼칠 수 있도록 후원하고 싶어 합니다. 자신이 감동과 위로를 받은 것처럼 세상에도 버디의 음악이 들려지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버디에게 프랑스에서 온 피아니스트 선생을 만나게 해 줍니다. 그 선생은 버디의 재능을 폄하합니다. 정작 그 선생 자체가 인간적으로 교양 없고 교사로서도 소양 없으며 예술가로서 재능 없어 보였습니다. 누군가에게 위로와 평화를 느끼게 하는 연주를 할 수 있는 재능보다 큰 재능이 얼마나 있을까 싶습니다. 그는 피아니스트와 타이피스트 둘 다를 이해하지도 못하고 모욕한 것입니다.

그래서 더 우스꽝스러운 캐리커쳐처럼 표현된 것인가 싶습니다.

 

버디는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하며 에드를 당황스럽게 합니다. 에드는 그런 것을 바라지 않았습니다. 요구할 생각도 없었습니다. 그런 마음을 순수하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버디 자신도 오염된 세상에 의해 잘못 짐작한 것일까 생각했습니다.

 

교통사고가 나고 에드가 깨어납니다. 의사와 형사 둘이 보입니다. 에드는 버디의 생사를 묻습니다. 다행히 버디는 무사했습니다. 에드는 감옥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사형이 집행되었습니다.

에드가 리덴 슈나이더의 변호를 받는 중에 처남 프랭크가 변호를 방해하며 에드에게 분노를 표출합니다. 돈이 부족해진 애드는 월터가 청렴결백하다고 했던 변호사의 변호를 받습니다. 그 변호사는 변호를 하지 않습니다.

에드는 잡지사에서 의뢰를 받고(단어 하나당 5센트) 자신에 대한 글을 썼습니다.

 

에드가 일상에서 줄담배를 피우는 것은 그 자신안에 있는 많은 것들을 표출하지 않고 잠재우기 위해서 였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금단 현상이 없도록 계속 니코틴 중독을 공급하고 있는 에드의 모습은 그렇게 그가 시간을 버티고 살아가는 방법인가 싶었습니다.

(물론 간접흡연으로 다른 사람들은 피해가 있을 겁니다. 이발관에서도 남의 집(유일하게 버디가 자신의 방에서 담배피우는것을 아버지가 싫어한다고 말해서 에드가 비흡연.)에서도 어디에서건 담배를 피우는 에드가 매너없고 의아했습니다. 다른 사람들, 손님들, 손님인 아이들, 여성들, 남성들이 항의하거나 제지하지 않는 것은 그만큼 매너없는 흡연문화가 만연했다고 봅니다. 간접흡연자들은 힘들었을것 같습니다.)

 

사형이 집행되기 전 에드는 미지의 불빛을 느끼고 감옥의 어떤 출입문을 열고 나왔습니다. 감옥 담장을 넘어 밤하늘에 유에프오가 왔다가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에드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 배경, 194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로사(시)의 어떤 마을.

#. low-key  (많은 이목을 끌지 않도록) 억제된[절제하는] 
삼가는, 저자세의, 억제된. (=restrained, low-profile, controlled.)

 

in a low key (저음으로) 낮은 목소리로
a low key 낮은 음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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